좋은 시 느낌하나

파도 / 신석정

종이연 2024. 9. 21. 19:59

파도

 

신석정

 

 

갈대에 숨어드는

소슬한 바람

9월이 깊었다.

 

철 그른

뻐구기 목멘 소리

애가 잦아 타는 노을

안쓰럽도록

어진 것과

어질지 않은 것을 남겨 놓고

이대로 차마

눈감을 수 없거늘

산을 닮아

입을 다물어도

자꾸만 가슴이 뜨거워 오는 날은

소나무 성근 숲 너머

파도소리가

유달리 달려드는 속을

부르르 떨리는 손은

주먹으로 달래 놓고

 

파도 밖에 트여 올 한 줄기 빛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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