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정거장
유가형
시면트 담 너머에 오래 전 말라버린
마른 나무껍질 같은 낡은 고물이 쌓여 앉았다
거북등처럼 갈라진 머리
잡초들의 무성한 이야기에
11월의 된서리가 내린다
추억조차 모두 발라먹은 빈 가슴엔
모시 바람 하얗게 사리고 있다
비 맞은 골판지처럼 납작해진 늙은이들
수직으로 때 묻은 슬픔만 켜켜이 쌓인다
무리로 모여 눈 비바람에
지난 날 퍼러럭 털고 있다
귀 안 윙윙거리던 퇴색된 꿈 후벼내고
서로 엉켜 앉아 내 마음의
먼 아우스비치로 가는 기차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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