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하나 ~

가을의 기도

종이연 2008. 10. 16. 15:52
      가을의 기도 신이시여 얼굴을 이리 돌리옵소서 못내 당신 앞에 벌받던 여름은 가고 기도와 염원으로 내 마음 농익는 지금은 가을 노을에 젖어 고개 수그리고 긴 생각에 잠기옵느니 여기 이토록 아름차게 비워진 나날 가을엔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신이시여 가을엔 기도드리게 하옵소서 바람 속에서 바람에 불리우다 불현듯 더워오는 눈시울 주체할 길 바이 없느니 이제금 홀로인 그분과 나와 가을엔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신이시여 가을엔 사랑하게 하옵소서 경건히 보다 경건히 요적의 눈빛으로 마주 바라보는 계절은 가을 신이시여 당신과 나 사이에 그분과 나 사이에 한 아름의 들국화를 두게 하옵소서 보랏빛과 흰빛의 소담스런 국화가 피어도 있고 피면서도 있게 하옵소서 가을은 돌아가는 계절 푸른 하늘 아래 나도 몰래 내가 멈춰서는 계절 문득 멈춰서서 다시 보면 나는 혼자인 나 가을은 제각기 혼자인 계절 신이시여 얼굴을 이리 돌리옵소서 / 김남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