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하나 ~

가을의 기도/김남조

종이연 2019. 8. 8. 19:37


 


            신이시여
            얼굴을 이리 돌리옵소서

            못내 당신 앞에 벌받던 여름은 가고
            기도와 염원으로 내 마음 농익는
            지금은 가을

            노을에 젖어 고개 수그리고
            긴 생각에 잠기옵느니
            여기 이토록 아름차게 비워진 나날
            가을엔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신이시여 가을엔
            기도드리게 하옵소서

            바람 속에서
            바람에 불리우다 불현듯 더워오는 눈시울
            주체할 길 바이 없느니
            이제금 홀로인 그분과 나와

            가을엔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신이시여
            가을엔 사랑하게 하옵소서

            경건히 보다 경건히
            요적의 눈빛으로 마주 바라보는
            계절은 가을

            신이시여
            당신과 나 사이에
            그분과 나 사이에
            한 아름의 들국화를 두게 하옵소서
            보랏빛과 흰빛의 소담스런 국화가
            피어도 있고 피면서도 있게 하옵소서

            가을은 돌아가는 계절
            푸른 하늘 아래
            나도 몰래 내가 멈춰서는 계절

            문득 멈춰서서 다시 보면
            나는 혼자인 나
            가을은 제각기 혼자인 계절

            신이시여
            얼굴을 이리 돌리옵소서


            - 김남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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