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독백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산 / 황지우 (0) | 2021.01.02 |
---|---|
겨울꽃 봄꽃 / 장석남 (1) | 2021.01.01 |
겨울 담쟁이 / 정찬일 (0) | 2020.12.30 |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0) | 2020.12.29 |
12월의 송가/오광수 (0) | 2020.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