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거울 -1- /박남수

종이연 2021. 8. 6. 14:28

거울 -1-

 

 

박남수

 

 

 

살아 있는 얼굴을

죽음의 굳은 곳으로 데리고 가는

거울의 이쪽은 현실이지만

저쪽은 뒤집은 현실.

저쪽에는 침묵으로 말하는

신처럼 온몸이 빛으로 맑게 닦아져 있다.

사람은 거울 앞에서

신의 사도처럼 어여쁘게 위장하고

어여쁘게 속임말을 하는

뒤집은 현실의 뒤집은 마을의 주민이다.

거울은 맑게 닦아진 육신을 흔들어

지저분한 먼지를 털듯, 언제나

침묵으로 말하는 신처럼 비어 있다.

비어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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