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하나 ~

울고 싶을 때

종이연 2021. 9. 3. 17:34

울고 싶을 때

 

주님,

저는 울고만 싶습니다.

 

일이 도무지 마음대로 되지 않고

삶의 가닥이 잡히지 않아 슬픕니다.

 

삶이란

가도가도 막히는 미로입니까.

 

 

주님,

저로 하여금 실컷 울게 하소서.

 

울음으로 저를

남김없이 비우게 하시고

 

제 영혼에

새 기운을 채워주시어

저를 거듭 태어나게 하는 울음을

새로이 울게 하소서

 

 

진실로 울어야 할 일들에

울지 않아

가슴의 통로가 막히고

영혼의 개울이 메말라 있습니다.

 

 

주님,

자라지 않고 있는 저를 두고

이웃의 아픔을 보지 못하는 저를 두고

새 빛의 바닷가로 나서지 않는 저를 두고

슬피 울게 하소서.

 

 

가슴을 울음의 강으로 내어주고

그 강물 속에 흐르는

신비한 음향에다

귀를 기울이게 하시어

영혼이 새 하늘에서 눈 뜰 수 있게 하소서.

 

 

저에게 하느님을 만나는 순결한 울음

다시 태어나는 성스런 울음을

자주자주 허락하소서. 아멘.

 

 

 

- 시인/ 김영수 아브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