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웅덩이의 소묘
이소연
길을 걷다
구름이 태양을 가리듯 물웅덩일 지날 때가 있다
물 속에 비치는 낯익은 그림자
누가 디딘 흔적이기에
발자국 가득 눈물을 담고 있는가
깊게 패인 자리마다
낮은 음계로 연주하는 대지의 옹이,
보았는가 생채기에 박힌 꽃잎 흔적을
사람들은 애써 그 자릴 피해 가려하지만
제 속에 웅덩이 하나쯤 가지지 않은 사람 어디 있겠나
그대 마음 창을 열고 들여다보면
누군가 걸어간 자국마다
둠벙 깊이만큼 물풀이 자라고
먹구름 지나간 자리에
황금새 떼지어 날아들어 하늘빛에 젖은 기억만
웃는 잇속처럼 훤한 가을 한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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