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하나 ~

크리스마스 심야의 기도 /박화목

종이연 2022. 1. 8. 19:24

크리스마스 심야의 기도

 

 

박화목

 

지금쯤

가난한 마을 외딴 주막

마굿간에서, 아기 예수가 외롭게 태어나셨지요.

온 인류를 위해 오시는 그리스도가

왜 그런 곳에서

호화주택이 아닌 누추한 곳에서 태어나셨는가를,

우둔한 자 마음의 눈을 열어 주십시오.

 

지금쯤

베들레햄 차운 한 들밖에서

밤을 허비며 서성이다가 아픔을 겪다가

홀연히 비쳐오는 한 줄기 빛을

목자들은 보았겠지요.

하늘 영광의 노래를 들었겠지요.

마음이 고단하고 슬프고 답답한 자

저 목자들처럼, 삶의 귀한 경험에 부닥칠 수 있도록

마음을 가라앉혀 기다리게 해 주십시오.

 

지금쯤

밤 하늘을 보고 별들을 보고

땅의 운명을 쫓던 동방의 박사는

이상한 별을 보자 뭔가를 깨달았겠지요.

하여, 새 슬기를 찾아서

온갖 미련을 버리고, 천신 만고의 먼

나그네길을 훌훌 떠나겠지요.

 

아, 오늘의 괴로운 상황에서

참 기쁨을 찾고자 하는 자

우리가 정녕 빈 손 들고 나아갈 길목에서

결연히 떠나는 결단을

하게 해 주십시오.

 

이 깊은 밤 하얀 눈이 소리 없이

내리어 미운 땅 위에 소복히 쌓이듯

그런 은혜를, 은혜를 내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