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11월이 가는 갈밭 길에서/김동규

종이연 2023. 11. 28. 20:09

11월이 가는 갈밭 길에서

 

김동규

 

                          

 

처음에는 문득, 바람인 줄 알았다
娼婦의 賣笑같은 까칠한 소리로
살과 살을 비벼대다 드러눕던 몸짓,
바람 가는 길목을 지키고 섰다가
혼절하는 몸소리로 제 허리를 꺾어
속 대를 쥐어 틀어 물기를 말리고
타오르는 들불의 꿈을 꾸며 잠이 든
늙은 갈대의 가쁜 숨소리
11월이 가는 갈밭 길에는,
빠른 걸음으로 노을이 오고
석양마다 숨이 멎던, 하루를 또 보듬으며
목 젖까지 속울음 차오르던 소리를
처음에는 문득, 바람인 줄 알았다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편지 /이응준  (1) 2023.11.30
늦어도 11월에는/ 김행숙  (0) 2023.11.29
11월을 빠져나가며/ 정진규  (0) 2023.11.27
11월에 /고혜경  (1) 2023.11.26
11월의 시 /이임영  (1) 202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