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늦여름 /심호택​

종이연 2024. 8. 31. 20:39

늦여름

 

심호택​

 

까막까치 대가리뿐 아니라

개 잔등이 소 엉덩이도 벗어지게 생긴 날

때 넘겨 돌아와

찬물에 밥 말아 먹고

마룻장 짊어지면 살 것 같지요

 

쉬파리 똥파리와 싸우며

소르르 낮잠 한소금 꿀맛이지만

가시를 머금은 듯 잠결에도

더운 들에 엎드린 식구들 생각

가여워라 가여워라 매미들 울지요

 

잘잤다 눈 비비고 일어나면

미루나무 그림자 늘어난 텃밭에

가을 온다 가을 온다

싸움터 하늘 비행기처럼

고추잠자리 어지러이 떠다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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