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 수만 있다면 - 도 종환 - 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남길 수만 있다면 부끄럽지 않은 기억만을 남기며 삽시다. 가슴이 성에 낀 듯 시리고 외로웠던 뒤에도 당신은 차고 깨끗했습니다. 무참히 짓밟히고 으깨어진 뒤에도 당신은 오히려 당당했습니다. 사나운 바람 속에서 풀잎처럼 쓰러졌다가도 우두둑 우두둑 다시 일어섰습니다. 꽃 피던 시절의 짧은 기쁨보다 꽃 지고 서리 내린 뒤의 오랜 황량함 속에서 당신과 나는 가만히 손을 잡고 마주서서 적막한 한세상을 살았습니다. 돌아서 뉘우치지 맙시다 밤이 가고 새벽이 온 뒤에도 후회하지 맙시다. 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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