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현실(現實)에게 / 이윤택

종이연 2008. 3. 13. 16:33
현실(現實)에게 / 이윤택


미안하다 이렇게 연락을 끊고 지내서
내 신열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직 모로 누워 칼잠들고
악몽을 꾼다 아직!
세상이 내게 생트집을 부린다
다시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신열 때문에 세상을 제대로 읽어 낼지 의문이다
우린 서로 등을 부비며 처절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살을 찢고 뜨겁게 부딪치며 두 번 세 번 네 번 소용돌이 치면서
우린 그렇게 한 배를 타고 흔들렸었다
혈관 깊숙이 타고 올라오는 네 숨결
애증(愛憎)의 아수라
아득한 바닥 끝까지 떨어졌던 그 살내음을 뒤로하고
나는 남쪽으로.....
지쳐 달아나는 파락호였다
미안하다 연락을 끊고 지내서
그러나, 우린 이제 거리가 필요하다
필사적으로 너로부터 나를 떼어 내면서
다시 너를 보고 싶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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