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동키호테.
여고 2학년이던 어느날 밤,
하얀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제 꿈에 나타나셔서 웬 전화번호 하나를 주십니다.
깨어나서 그 번호가 또렸한 거에요.
아 이건 분명 좋아하는 김선생님 전화번호 일꺼야.하고 단정을 합니다.
(그 마음을 아실 분들은 아시고 ㅎㅎ)
학교에 가서 친구에게 말하니까,
꿈을 깨라~~~ 하고 면박을 주더니,
한 번 걸어볼까? 해서 교정 안의 공중전화 박스에 가서
난 진짜 김선생님댁이면 어떻게하나 떨려서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고 친구가 전화를 해봅니다.
그런데 전화를 진짜 받는 거에요.
거기 김선생님 댁이죠? 하니까 아니랍니다.
그럼 거기는 어디냐고 물어보니 거기는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이랍니다.
전화 받으신 분이 왜 걸었느냐고 물어보셔서 자초지종을 ㅎ
그랬더니, 기가 막혀서 웃으시고,
장난전화 치는 학생들이라고 생각하셨겠지만,
오늘 저녁에 오면 공연을 보여줄테니 친구들이랑 모두 함께 오라고 하시네요.
뭐래니??
그래서,
우리는 우루르 몰려가서 뮤지컬 동키호테를 보았네요.
지금 기억나는 것은,
관객이 텅텅 빈 빨간의자,극장 간판 같은 무대장치,그리고 우리를 입장시켜준 남자 직원의 깔끔한 양복
소리가 없네요...ㅠ.ㅠ
친구들은 동키호테를 기억할까?
2015년 마타하리.
딸냄이 회사에서 부모님 건강검진을 해주는데 반을 회사가 부담한다고 하는데,
서울에 건강 검진을 간다는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4월이면 하는데 안하고 가까운 대전에서 했고,
한 지가 오래되네요.
그날은 우리 위 사과밭 형님이 뇌경색으로 입원하셔서 병문안을 하고,
논산 탑정호에 드라이브를 하고 있는데 건강검진 하라고 딸냄이 톡이 왔습니다.
딸냄이가 문병 다녀온 얘길 듣더니,
그것 보라고 건강하시더니 병원에 계시니
엄마, 아빠도 올해는 건강검진 꼬옥하라고 합니다.
병원나들이를 하고 난 뒤라서 그러마고 해버렸어요.
그래서 건강검진 날짜를 잡는데 다 예약이 차고 14일 아침이 비었다고 하네요.
며칠 후에 엄마 서울에 오면 뭐하고 싶어요?
하길래, 낮에도 흰죽을 먹어야 하는데 하기는 뭘하겠냐고 늦게 서울에 가서 잔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저녁에 뮤지컬을 보자고 하네요.
안된다 아홉시부터 대장 내시경약먹어야 해.
했더니 3시 공연이 있으니 그걸 보자고 합니다.
뜻밖의 제의에 그냥 그러자고 하기는 했는데
서울에 올라 가려면 점심인 흰죽 부터 포기를 해야 한다는 거.
옆에서 깜콩아저씨도 굶고 뭘 보러 다니냐고 야단입니다.
그렇긴 한데,
나는 동키호테 이후로 처음인 뮤지컬이고
깜콩아저씨는 난생 처음인 뮤지컬이니
굶고라도 보고,
잘 들린다면 후기도 잘써볼까 하는 야무진 생각이 듭니다.
장소는,
블루스퀘어 삼성 이태원쪽에 있네요.
자리는 나랑 아빠는 2층 .A석 딸냄이는 3층 저멀리 어느자리.이산가족이 되어서..관람을 합니다
1부공연이 80분 20분 쉬고 2부 공연이 65분
옥주현,신성록,정택운(빅스의 레오).가 나오는 조합입니다.
자리는 가운데라서 너무 잘보이네요.
일단 뮤지컬이니 만큼 음악 모드인 4번으로 켜놓고 들어보려는데.
잘 안됩니다.
그래서, 가사는 포기하고 대사라도 잘 들으려고 일반모드로 했네요.
오지고 찰지게 듣고 싶었지만,
현실은 간단한 대사만 알아듣는게 다입니다.
노래는 느낌으로..
현란한 무대장치와 안무 ...황홀하네요
소리에 대한 느낌을 잘 쓰고 싶었으나 뮤지컬은 아니구나 싶었어요.
그러나 그 극장에 있을 때의 시간이 너무나 좋았답니다.
노래를 들을 때 못느끼던
커튼 콜 인사 때는 울컥하기도 했으니까요.
먹을 수가 없다는 거.
커피도 먹지 말라는 밤이니 만큼,
세상이 온통 흙빛입니다..
딸냄이가 잡아준 병원 바로 앞의 호텔로 바로 갑니다..
호텔의 침대앞의 티브이 소리는 왜이리 선명한지..
뮤지컬도 잘 보면 좋겠지만,티브이 이거면 되지 뭐 합니다.
인생 두번째 뮤지컬 마타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