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봄날 /신경림

종이연 2020. 3. 9. 20:06


봄날


신경림


아흔의 어머니와 일흔의 딸이

늙은 소나무 아래서

빈대떡을 굽고 소주를 판다


벚꽃잎이 날아와 앉고

저녁놀 비낀 냇물에서 처녀들

벌겋게 단 볼을 식히고 있다


벚꽃 무더기를 비집으며

늙은 소나무 가지 사이로

하얀 달이 뜨고

아흔의 어머니와 일흔이 딸이


빈대떡을 굽고 소주를 파는

삶의 마지막 고살


북한산 어귀

온 산에 풋내 가득한 봄날


처녀들 웃음소리 가득한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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