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성탄제(聖誕祭) 1955/김종길

종이연 2020. 12. 18. 19:37

성탄제(聖誕祭) 1955


김종길

 

가슴에 눈물이 말랐듯이
눈도 오지 않는 하늘

 

저무는 거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동(東)녘 하늘에 그 별을 찾아본다.

 

베드레헴은 먼 고장
이미 숱한 이날이 거듭했건만

 

이제 나직이 귓가에 들리는 것은
지친 낙타(駱駝)의 울음 소린가?

 

황금(黃金)과 유향(乳香)과 몰약(沒藥)이
빈 손가방 속에 들었을 리 없어도

 

어디메 또 다시 그런 탄생(誕生)이 있어
추운 먼 길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

 

나의 마리아는
때묻은 무명옷을 걸치고 있어도 좋다.

 

<성탄제, 삼애사,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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