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제*
김동현
동방박사는 옛 얘기
서녘의 별도 옛 얘기
우리는 헤롯도 아니건만
서녘의 별은 찾아도 없다
어두운 하늘 아래
얼어버린 마음뿐
너는 홀로 말구유에서 태어나신
가난한 순수를 찾아 나섰니?
눈으로도 덮을 수 없는 슬픔을 안고
외로운 눈물 뿌리며
때묻은 무명옷의 마리아를
찾아 나섰니?
―잠처럼 슬픔을 덮어 줄
눈도 내리지 않거니
오늘 밤
너를 떠나보낸 나의 빈 마음엔
작은 꽃송이가
등불을 밝혀 들고
때묻은 무명옷의 마리아를 찾아
헤매이누나
* 한 소녀가 성탄절이 가까와질 무렵 시골에 있는 자기 아버지 묘소로 성묘가서 나에게 시인 김종길의 <성탄제>를 써 보내다. 이에 화답하다.
<새, 청하,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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