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겨울 그리스도/김남조

종이연 2021. 12. 25. 20:20


겨울 그리스도

 

김남조

 

오늘은
눈 덮인 산야(山野)를 거닐으시네
눈같이 흰 옷 입으시고
눈보다 더욱 흰
맨발이시네

 

그 옛날
물 위를 걸으시던
강줄기도 얼어
광막한
수정의 빙판
바늘 꽂히는
한기(寒氣)의
그 위를 거닐으시네

희디 흰
맨발이시네

 

울고 싶어라
머리칼도 곤두서는
율연한 추위에
뭍과 바다의
모든 깊은 곳으로부터
보혈(寶血)을 섞어 빚은
새봄의 혈액을
한없이 한없이
자아 올리시는
설일(雪日)의 주님

 

 

<빛과 고요, 서문당,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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