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설빔 /강사랑

종이연 2022. 1. 29. 21:27

설빔

 

강사랑

 

알록달록 색동저고리

빨간 복주머니 안에는 아이의 웃음이

담겨 있다.

 

세상을 다 가진 소리

그 무엇도 부러울 것 없는

해맑음이 설빔에서 빚어나온 빛이다.

 

가을에 잘 익은 알곡 거두어서

내 색동옷 맞춰 주리라던

우리 어머니

 

한 이삼년 더 입으라고

내 몸보다도 긴 소매

한단 접어 올린다.

 

정월에 뜨는 태양을 붉은 치맛자락에

듬뿍 받아 내면 복이 온다던데

달빛도 없는 정월의 하얀 밤은

설빔 하나로 찬 가슴을 녹여 내린다.

 

내가 입었던 색동옷

이제 내 딸아이가 입고

곧 그 딸아이의 아이가 입으면

늘 찾아오는 설날에 색동옷 주인은

돌고 돌아 세월을 먹는다.

 

나에게도 아직 남아 있는 설빔의 설렘

앞의 숫자가 하나하나 바뀌어도

철없던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은

제자리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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