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빔
강사랑
알록달록 색동저고리
빨간 복주머니 안에는 아이의 웃음이
담겨 있다.
세상을 다 가진 소리
그 무엇도 부러울 것 없는
해맑음이 설빔에서 빚어나온 빛이다.
가을에 잘 익은 알곡 거두어서
내 색동옷 맞춰 주리라던
우리 어머니
한 이삼년 더 입으라고
내 몸보다도 긴 소매
한단 접어 올린다.
정월에 뜨는 태양을 붉은 치맛자락에
듬뿍 받아 내면 복이 온다던데
달빛도 없는 정월의 하얀 밤은
설빔 하나로 찬 가슴을 녹여 내린다.
내가 입었던 색동옷
이제 내 딸아이가 입고
곧 그 딸아이의 아이가 입으면
늘 찾아오는 설날에 색동옷 주인은
돌고 돌아 세월을 먹는다.
나에게도 아직 남아 있는 설빔의 설렘
앞의 숫자가 하나하나 바뀌어도
철없던 시절로 돌아가고픈 마음은
제자리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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