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동심의 설날 /박인걸

종이연 2022. 1. 26. 20:01

동심의 설날

 

박인걸

 

산촌의 그믐밤은

바람결에 나뭇가지가 울고

초가지붕에 몸을 숨긴

참새들 마져 떨고 있는데

눈썹이 셀까봐 날밤을 세운

철부지들은 가슴이 부풀고

십환짜리 세벳 돈 생각에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질퍽거리는 눈을 밟으며

온 마을을 휘젖고

설의 의미는 몰라도

한 살 더 먹어 마냥행복했다.

늘화투 윷 놀이

팔뚝맞기 노래 부르기

밤을 하얗게 새워도

여자 애들과 놀아 좋았다.

눈감으면 떠오르는

그 시절 그 마을

지금도 가슴 한 구석에

고운 그림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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