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오월의 편지 /안계종

종이연 2022. 5. 27. 15:33

오월의 편지

 

안계종

 

스치는 바람이

당신인 줄 알았습니다

얼마나 향기로운지

신혼의 봄 같았습니다

 

꽃잎에 물들인 사랑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오월의 향기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꽃길을 걷다가

잠시 누웠는데 꿈을 꾸었지요

꽃잎에 묻혀버린 귀공자는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매년 꽃 잔치가 기쁨이었으나

그리움으로 바뀌는 것을

꽃이 지며 알았습니다

 

혼자 갈 수 없어 불러도

때가 되야 만날 수 있다고

꽃으로 봉분만 쌓아놓고

모두가 향기로만 남았습니다

 

봄날엔 임이 온줄 알았지만

장미꽃 언저리에 떨어진 꽃잎이

애처로이 가시에 매달려

물과 피를 다 내리더이다

 

사랑하는 임! 그대는

내 마음에 향기로 남은

오월의 붉은 장미입니다

 

이제는 가는 길 끝에서

천국의 아침을 맞으려 하오

불러도 대답 없는 그리운 장미꽃 당신

그날에는 가시 없는 장미가 되어주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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