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5월에
곽재구
자운영 흐드러진 강둑길 걷고 있으면
어디서 보았을까
낯익은 차림의 사내 하나
강물 줄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염색한 낡은 군복 바지에
철 지난 겨울 파커를 입고
등에 맨 배낭 위에 보랏빛 자운영
몇 송이 꽃혀 바람에 하늘거린다
스물 서넛 되었을까
여윈 얼굴에 눈빛이 빛나는데
어디서 만났는지 알지 못해도 우리는 한 형제
옷깃을 스치는 바람결에 뜨거운 눈인사를 한다
그 오월에 우리는 사랑을 찾았을까
끝내 잊었을까 되뇌이는 바람결에
우수수 자운영 꽃잎들이 일어서는데
그 오월에 진 꽃들은
다시 이 강변 어디에 이름도 모르는 조그만
풀잡맹이들로 피어났을까
피어나서 저렇듯 온몸으로 온몸으로 봄 강둑을
불태우고 있을까
돌아보면 저만치 사내의 뒷모습이 보이고
굽이치는 강물 줄기를 따라
자운영 꽃들만 숨가쁘게 빛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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