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5월의 사랑/ 송수권

종이연 2023. 5. 5. 20:03

5월의 사랑

 

송수권

 

누이야 너는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는가

오월의 저 밝은 산색이 청자를 만들고 백자를 만들고

저 나직한 능선들이 그 항아리의 부드러운 선들을 만들

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누이야 너 또한 사랑하지 않을 것인가

네 사는 마을 저 떠도는 흰구름들과 앞산을 깨우는

신록들의 연한 빛과 밝은 빛 하나로 넘쳐흐르는 강물을

너 또한 사랑하지 않을 것인가

푸른 새매 한 마리가 하늘 속을 곤두박질하며 지우는

이 소리 없는 선들을, 환한 대낮의 정적 속에

물밀듯 터져오는 이 화녕끼 같은 사랑을

그러한 날 누이야, 수틀 속에 헛발을 딛어

치맛말을 풀어 흘린 춘향이의 열두 시름 간장이

우리네 산에 들에 언덕에 있음직한 그 풀꽃 같은 사랑

이야기가 절로는 신들린 가락으로 넘쳐흐르지 않겠는가

저 월매의 기와집 네 추녀끝이 허공에나 뜨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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