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 / 평보
꿀벌 한 마리 호박꽃 진한 꿀 빨고 있었지
장난스레 꽃잎 오므려 가두어 버렸어
녀석은 호박 꽃에 감금당했지.
약하다고 깔보는 것이냐
조그만 녀석은 날 벼르고 있었지
곧 석방 시키려 준비 중이었는데
호랑나비. 흑이 나비가 나리꽃에 앉아
날 좀 보라고 유혹한 거야
황홀해서 시선 돌리니 녀석은
어느새 탈출하여 내 콧등에 침 꽂았어.
나는 할 일 없는 장난이었지
억압된 녀석은 죽을 맛이었을 테고
죽음으로 압제자를 징벌 한 것이라.
네 내 콧등 아픔으로
녀석의 죽음의 의미를 깨닫게 되더군
자유의 속박은 언제나 큰 저항이 있고 나!
허리 구부리고 날개 떠는 녀석 보며
나는 연민하지만
녀석은 나를 노려보며 경멸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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