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중순께'
이향아
3월 중순께 호남 고속도로
전주 근처 기웃거리며 지나가고 있을 때
옆구리 터진 길로 접어들면 군산으로 갈 수도 있지만
그냥 스쳐 지나가고 있을 때
아무리 무심한 사람이라도 보았을 거다.
벙싯벙싯 참지 못하는 복숭아 나무
연두색 머리칼 풀어젖힌 몽롱한 버들
언제 저렇게까지 되었는지 몰라
이래서 사람들이 미치기도 하나 봐
틀림없는 3월 중순 호남 고속도로
바쁠 것 없다, 숨도 쉬며 가자.
가슴 눌러 타이르며 지나가노라면
이런 세상 그냥 두곤 갈 수 없다는,
나는 아무래도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
- 이향아, 『오래된 슬픔 하나』(시와시학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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