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3월, 입맞춤' / 이민숙

종이연 2024. 3. 17. 20:38

'3월, 입맞춤' 

 

이민숙

뜨거운 입맞춤
육체 심드렁한 중년 너머의 우리 부부
까마득하다
얼음새꽃, 변산바람꽃, 동백의 붉은 잎,
사물사물 피어오는데
늙음을 탓하면 무엇해
어젯밤 그짓을 탐하고 말았다
침대 위에 서로 누운 그가 아니라
젊은 청년을 불러서였다
중학시절 내 영어선생님 미스터 딕슨!
짖궂은 청춘들 때문에 꽤나 얼굴 붉히던, 꿈속 연인
황홀 깊어 샘물 같은 입맞춤
오늘 아침밥도 그처럼 살짝 타버렸다
온세상은 날아가고 코끝이 고소하다

내 청청한 불륜, 너의 탓 아니다
봄!

​- 이민숙, 『동그라미, 기어이 동그랗다』(도서출판 애지,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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