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9월 /이기철

종이연 2024. 9. 24. 20:11

9월

 

이기철

 

무언가 하나만은 남겨놓고 가고 싶어서

구월이 자꾸 머뭇거린다

꿈을 접은 꽃들 사이에서

나비들이 돌아갈 길을 잃고 방황한다

화사했던 꿈을 어디다 벗어놓을까

꽃들이 제 이름을 빌려 흙에 서명한다

아픈 꿈은 얼마나 긴지

그 꿈 얼마나 여리고 아픈지

아직도 비단벌레 한 마리

풀잎 위에 영문 모르고 잠들어 있다

나뭇잎이 손가락을 펴

벌레의 잠을 덮어주고 있다

잘못 온 게 아닌가

작은 바람이 생각에 잠긴다

급할 것 없다고, 서두르지 말라고

올해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바람에 씻긴 돌들이 깨끗해진다

여름이 재어지지 않는 큰 팔을 내리고

옷이 추울까 봐 나뭇잎을 모아

제 발등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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