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소리의 뼈 / 기형도

종이연 2008. 3. 21. 13:49
소리의 뼈 / 기형도





김교수님이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다

소리에도 뼈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 그 말을 웃어넘겼다, 몇몇 학자들은

잠시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김교수의 유머에 감사했다

학장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일 학기 강의를 개설했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장난삼이 신청했다

한 학기 내내 그는

모든 수업 시간마다 침묵하는

무서운 고집을 보여주었다

참지 못한 학생들이, 소리의 뼈란 무엇일까

각자 일가견을 피력했다

이군은 그것이 침묵일 거라고 말했다.

박군은 그것을 숨은 의미라 보았다

또 누군가는 그것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에 접근하기 위하여 채택된

방법론적 비유라는 것이었다

그의 견해는 너무 난해하여 곧 묵살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다음 학기부터 우리들의 귀는

모든 소리를 훨씬 더 잘 듣게 되었다.

댓글 0 개 이 글을...(+4)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보 순례 /이문재  (0) 2008.03.21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 - 도종환  (0) 2008.03.21
봄을 위하여 / 천 상 병  (0) 2008.03.21
사라지는 침묵 속에서  (0) 2008.03.21
인연의 잎사귀 / 이해인  (0) 2008.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