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

새로운 동네분과의 새로 시작된 나날

종이연 2021. 4. 25. 14:30

집안에서 가만히 창 밖을 내다보니

할머니 같은 분 한 분이 자주 오르락 내리락하는 게 눈에 보입니다.

할머니?

누구지 모르겠네 하면서 궁금해하다가는 안보이면 그만이고 그랬네요.

 

한참 꽃밭 정리를 하는데

윗쪽에서 내려오다가 나를 보더니 말을 겁니다.

할머니 인줄 알았는데 나랑 동갑내기랍니다.

그리고,

ㅇ원래 여기서 살다가 내가 이사오기 전에 대전으로 이사 나갔다가

남편은 일년 전에 들어와서 집을 고치고 있었고

본인은 지난 겨울에 왔다고 해요.

그리고 아이는 셋이라고 하고,

나는 둘이다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돌아갔고

 

다음에 만났을 때는

자기는 남편에게 맞고 살았다고 하는군요.

본인은 살림을 안하고 무얼 사러 다니지도 않는다고 하면서

내 일모자가 맘에 든다고 하면서 사다 달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어요.

 

그래서 똑같은 모자를 사다 준다고

거창에 나갔을 때 한 참 뒤졌는데 없어서 못사고

다음에 금산 휴게소에서 산게 생각이나서

거기에서 사 놨다 주었더니

이건 왜 사왔냐고 내게 묻네요.

 

아이고 ㅎㅎㅎ

 

그래 선물로 주자

 

하고 말았죠.

이 때서야 이분이 어떤 분이라는 걸 제대로 알고 다음에는 무얼 부탁한다고 해도

그러마 하고 말만 하고 말아야지 했네요

다른 형님에게 물어보니

그 사람 말을 온전히 믿으면 안된다 맞고 살았다는 것도 아닐걸 하는군요

상상 속에서 지어내서 한 말?

 

엊그제는 내가 하도 풀을 매는데 힘들어 보여서 자기가 우리집 풀을 뽑았다고 바오로씨에게 말했다는군요.

가서 보니,아이들 장난 친 만큼 뽑아 놓았네요.

 

바깥일을 하다가 힘들어서 현관앞에 앉았는데

와서 하는 말이,

우리집에 꽃들이 하도 이뻐서

좀 달라고 하고 싶어도 미안해서 말하기 어려워서 못했다고 하면서

국화를 뽑아갔다고 하네요.

그래서 뽑아갔다고 일부러 말해주러 왔대요.

 

말이나 못하면 몰라도 ㅎㅎ

말은 또 어찌나 잘하는지 이분의 논리에 대해 혼자 생각해보니

달라기는 미안해서 말은 못하고

미리 뽑아가고 나서 일부러 뽑아갔다고 말해주러 온 건 또 뭐래니?

 

정상인 듯 정상 아닌 듯

알쏭달쏭한 사람입니다

 

날마다 시트콤을 찍는 그분과 나.

다음은 또 무슨 일을 ? ㅎㅎ

 

 

 

'일상의 행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직도 느끼는 미끌어 넘어질 때의 부끄러움  (0) 2021.01.13
아몬드를 읽으며 다시 시작하는 독서  (0) 2021.01.10
난로이야기  (0) 2019.02.27
컴퓨터 배우기  (0) 2019.02.27
규식이  (0) 2019.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