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

아직도 느끼는 미끌어 넘어질 때의 부끄러움

종이연 2021. 1. 13. 20:31

얼마전 정초의 토요일에

둘이서 통 걷지를 못했으니 걸어보자 하면서 나갈 준비를 하려고'

신발장을 열어서 운동화를 찾는데

다른 생각은 별로 안들고 이 신발 신어서 춥지는 않을까

털신을 신을까 하다가 그냥 낡은 신발을 신고 나갑니다.

집 앞의 길은 눈을 다 치워서 다 녹았고

오랜만의 찬 바람이 마스크를 벗을까 말까 하면서

요즘 하고 있는 듀오링고 중국어를 내 맘대로 기억나는데로 복습하면서

돼지 축사를 지나서 살짝 올라갔다가 꼬부라져서 내려가는 길에서

앞을 쳐다보니

개바우 형님 두분이 올라오십니다.

형님들 올라오시네 하는 순간에 미끄러져서

스틱도 저멀리 떨어지고

나는 그 순간이 너무나 길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머리까지 쾅하면서 부딪치고 드러누웠더니

형님들은 놀라서 막 올라오시고

바오로씨 뒤에 오다가 놀라서 야단이고

한데

얼음판에 미끄러진 나는 못일어 나겠네요

가만히 누워서 나를 바라보는 세 분을 보고 있자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바오로씨는 신발장에서 신발을 한참이나 고르는 것 같더니

이렇게 다 닳아 빠진 것을 신고 나왔다고

누워있는 나에게 야단야단하고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보니 귀 기계도 모자 속으로 떨어져 있네요.

참으로 ㅎㅎ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형님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헤어지고 나서

괜찮다 싶은데

스틱을 들려고 하니 들어지지가 않네요.

 

내 무거운 몸의 충격을 두 팔꿈치로 받았는지 손이 쥐어지지 않고

아리다고 할까

바오로씨가 스틱을 들어주고

나는 손을 덜렁거리면서 한참 걷다 보니

좀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반만하고 다리를 건너 들어가자 하는데

다리나 허리는 다 괜찮은 것 같아서 다 하고 가자고 했네요.

 

들어와서,

저녁을 하고 먹고 나니 얼른 약먹고 파스 붙이라고 해서 그렇게 합니다.

자고 나면 좀 아프겠지 싶고 걱정을 하면서 잠을 자고 났는데

그냥 견딜만 하고 괜찮습니다.

아침 일찍 평화방송 미사하고

그날도 오후에는 나가서 걸어봅니다..

저녁 때 개바우 루치아 형님이 전화하셨네요.

자고 나면 더 아픈 거 아닐까 했다고 하셔서

기도해주셔서 그런지 괜찮다고 했더니 다행이라고 하시네요.

 

기도 덕분인지,

다음날은 더 많이 괜찮아서 병원에도 안가봤습니다.

 

이번 사고로 깨달은 건

나는 이제 60이 되었다는 것

전에 나이가 적었을 때 60이 된 사람을 보았을 때 느꼈던 그 나이듦을

내가 지금 겪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

함부로 할 수 있는 몸이 아니라는 것을 진짜 깨닫았다고 할까

앞으로는 더 더욱 조심 조심 지내야 하는 나이라는 것

콰당 미끄러지면서 내게 크게 경고하는 듯 알려주는 것 같아요.

 

나이가 이렇게 들었다는 것은...더 많이 조심해서 지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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