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성탄이 오는 밤 /최도선

종이연 2022. 1. 7. 11:39

성탄이 오는 밤

 

 

최도선

 

나는 세상 모든 남자의 애인이고 싶은데

세상에선 오직 한 남자의 애인이어야만 한다고 하네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국경을 지키는 철모 쓴 앳된 병사를 화면에서 보면

달려가 그의 앵두 같은 애인이 되어

그 언 입술 녹여주고 싶네

 

풀어헤친 넥타이 축 처진 어깨 전동차 손잡이에

의지해있는 애인이라 부를 수 없는 그대들 바라보면

어찌 이리도 연민이 솟구치는 것이냐

모두가 다 내 남자 같구나

그의 처진 어깨 두드려주고 싶구나

 

가끔은 나도

피라루쿠를 잡아 올리는 싱싱한 팔뚝의 사내를 보면

그의 팔뚝에 매달려 맘껏 내 허리를 꼭 안아달라고

떼쓰고 싶은데

 

세상을 버리고 싶어 하는 남자들의

절망의 늪을 헤매는 남자들의

스산한 소리 귓가를 스칠 때마다

그의 늑골에 가만 손을 넣고

흙벽 흘러내리는 소리

함께 듣는 밤이고 싶네

 

창밖에선 칼바람이

창문을 뒤흔들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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