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조용미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
우레가 땅 속에서
가만히 때를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비익총에 든 두 사람의 뼈는 포개어져 있을까요
생을 거듭한 지금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붉고 노랗고 창백한 흰 달에 이끌려
나는 언제까지고 들길을 헤매 다니지요
사랑이나 슬픔보다
더 느리게 지나가는 권태로 색색의 수를 놓는 밤입니다
하늘과 땅만 자꾸 새로워지는 날
영생을 누리려 우레가 땅을 가르고 나오는
적막한 우주의 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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