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다음날
전동균
1
누가 다녀갔는지, 이른 아침
눈 위에 찍혀 있는
낯선 발자국
길 잘못 든 날짐승 같기도 하고
바람이 지나간 흔적 같기도 한
그 발자국은
뒷마당을 조심조심 가로질러 와
문 앞에서 한참 서성대다
어디론가 문득
사라졌다
2
어머니 떠나가신 뒤, 몇 해 동안
풋감 하나 열지 않는 감나무 위로
처음 보는 얼굴의 하늘이
지나가고 있다
죽음이
삶을 부르듯 낮고
고요하게
ㅡ 어디 아픈 데는 없는가?
ㅡ 밥은 굶지 않는가?
ㅡ 아이들은 잘 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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