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결혼이라고 쓴 봉투를 들고 초상집에 갔다
이생진
아내가 내미는 봉투에 <祝結婚>이라고 썼다
아내는 '초상집인데'하고 놀랐다
나는 신나게 시를 쓰는 중이어서
결혼인지 초상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그대로 가지고 가라고 하며 웃었더니
그런 실례가 어디 있느냐고 한다
그도 그렇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축결혼>이 좋았다
망인은 20년 전에 앞서간 남편 곁으로 가니
얼마나 기쁜가
그래서<축결혼>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그대로 상가에 내밀어서
머리를 끄덕일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것을 이해해야 시도 이해할 수 있는데
아직 멀었다
아내에게 <부의(賻儀)>라고 어려운 글자로 쓴 봉투를 내주며
당신만이라도 결혼식에 가는 기분으로 갔다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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