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봄날 얼마 전, 섬진강에서 가장 이쁜 매화년을 몰래 꼬드겨서 둘이 야반도주를 하였는데요. 그 소문이 매화골 일대에 쫘악 퍼졌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도심의 공원에 산책을 나갔더니, 아 거기에 있던 꽃들이 나를 보더니만 와르르- 웃어젖히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요. 거기다 본처같은 목년(목련!)이 잔뜩 부은 얼굴로 달려와 기세 등등하게 넓다란 꽃잎을 귀싸대기 때리듯 날려대지요, 옆에 있는 산수유년은 말리지도 않고 재잘대기만 하는 폼이 꼭 시어머니 편드는 시누이년 같아서 얄밉기만 하고요, 개나리도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꼼지락거리며 호기심어린 싹눈을 내미는데요, 아이고, 수다스런 고 년들의 입심이 이제 꽃가루로 사방천지에 삐라처럼 날리는데요, 이 대책없는 봄을 어찌해야겠습니까요. 詩 임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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