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지 않은 새해의 시 1 이동순새해가 왔는가미처 맞이할 겨를도 없이 불쑥들이닥친 길손처럼 새해는 와 버렸는가어제 방구석에 쌓인 먼지도 그대로내 서가의 해방기념시집의 찢어진 표지그 위를 번져 가는 곰팡도 아직 못 쓸고 있는데새해는 불현듯 와 버렸는가파헤쳐 놓은 수도공사도 끝내지 못했는데태어나리라던 아기예수도 아직 태어나지 않았는데여지껏 나무에 대룽대룽 매달려애잔한 잎들은 팔랑이는데못다 쓴 원고뭉치는 그대로 밀려 있는데미처 남쪽으로 떠나지 못한 새들도 있는데불현듯 불현듯 새해는 왔는가기다리던 첫눈도 나리지 않고적적한 마당귀를 덮고 있는 김장독 이엉 사이로시궁쥐만 분주히 쏘다니는데새해는 왔는가헛꿈을 잔뜩 안고 돌아와 저 혼자 설레이는놈팡이처럼 새해는 왔는가 와서 무얼 하려는가모듬판에서 돌아오는 밤이미 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