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십자가에 저를 온전히 못 박히게 하소서
여기 하느님께서
인간 안에,
인간이 하느님 안에
하나로 못 박혔다.
그 죄목은 사랑,
남을 위해 온전히
당신을 바치시는 그 사랑!
주님,
이제 당신은 사지를 뻗고,
아득한 하늘을 우러러
십자가 위에 누웠습니다.
당신 소원의 십자가!
성부께서 마련하시고
그의 뜻이 이루어질
이 제단 위에
순결한 제물의
어린 양이 되어 누웠습니다.
마지막 남은 목숨,
피 한 방울도 남김없이
세상을 위해 흘리기 위해서 입니다.
형리들은 무자비하게
당신을 못 박습니다.
‘쾅! 쾅!’
지옥의 심연까지 울려 퍼질
저 둔탁한 망치소리,
쇠못은 경련을 일으키는
당신의 손발을 꿰뚫었습니다.
선혈이 샘솟듯 흘러내립니다.
저희 죄를 씻고,
온 땅을 새롭게 하는
생명의 피가 흘러내립니다.
저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당신의 이 지극한 고통의 원인이 된
저를 용서하소서.
당신과 함께 못 박히게 하여 주소서.
주께서 저를 위해
먼저 고통을 받으셨으니,
제가 어찌 주님을 위해
저의 고통을 바칠 수 없겠습니까?
매일, 매시간, 매순간에
주어진 저의 십자가에
저를 온전히
못 박히게 하소서.
아멘.
- 김수환 추기경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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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원문보기▶ 글쓴이 : 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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