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하나 ~

저의 십자가에 저를 온전히 못 박히게 하소서

종이연 2019. 6. 4. 20:11



    저의 십자가에 저를 온전히 못 박히게 하소서





    여기 하느님께서

    인간 안에,

    인간이 하느님 안에

    하나로 못 박혔다.



    그 죄목은 사랑,

    남을 위해 온전히

    당신을 바치시는 그 사랑!



    주님,

    이제 당신은 사지를 뻗고,

    아득한 하늘을 우러러

    십자가 위에 누웠습니다.



    당신 소원의 십자가!

    성부께서 마련하시고

    그의 뜻이 이루어질

    이 제단 위에

    순결한 제물의

    어린 양이 되어 누웠습니다.



    마지막 남은 목숨,

    피 한 방울도 남김없이

    세상을 위해 흘리기 위해서 입니다.



    형리들은 무자비하게

    당신을 못 박습니다.



    ‘쾅! 쾅!’

    지옥의 심연까지 울려 퍼질

    저 둔탁한 망치소리,



    쇠못은 경련을 일으키는

    당신의 손발을 꿰뚫었습니다.

    선혈이 샘솟듯 흘러내립니다.



    저희 죄를 씻고,

    온 땅을 새롭게 하는

    생명의 피가 흘러내립니다.



    저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당신의 이 지극한 고통의 원인이 된

    저를 용서하소서.

    당신과 함께 못 박히게 하여 주소서.



    주께서 저를 위해

    먼저 고통을 받으셨으니,

    제가 어찌 주님을 위해

    저의 고통을 바칠 수 없겠습니까?



    매일, 매시간, 매순간에

    주어진 저의 십자가에

    저를 온전히

    못 박히게 하소서.

    아멘.




      - 김수환 추기경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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