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초겨울 햇빛 /박희진

종이연 2021. 10. 27. 20:03

초겨울 햇빛

 

박희진

 

마지막 간댕이던 포플라 잎도

이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군요.

이 몸도 차라리 알몸이 되어

저 냉엄한 순수공간 속에 서보면 어떨까.

부신 햇빛의 유리창에다

열기 어린 이마를 조아리며,

하지만 저는 떨고 있는걸요.

지금 제게 제일로 좋은 것은

이 초겨울 따스한 햇빛!

시들은 살, 메마른 핏속으로 스미어 들어와서

다시금 이 몸을 살고 싶게 하는,

이렇게 중얼중얼 소리를 내게 하는,

오오 햇빛이여, 따스한 햇빛이여,

그대야말로 나의 하느님!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겨울 정취 /박희홍  (0) 2021.10.29
초겨울 /도종환  (0) 2021.10.28
초겨울 /김지하  (0) 2021.10.26
초겨울 바람 /하영순  (0) 2021.10.25
초겨울 풍경 /박금숙  (0) 2021.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