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12월/오세영

종이연 2022. 12. 8. 20:10

12월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드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이 밝아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허영자  (0) 2022.12.10
12월의 시/최홍윤  (1) 2022.12.09
12월의 독백/오광수  (1) 2022.12.07
12월/박재삼  (0) 2022.12.06
우리가 눈발이라면 /안도현  (0) 2022.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