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와 달
권혁수
거미가 마른 나뭇가지에 줄 몇 가닥 드리우고 미니 홈페이지를 개설하였다는군요
손님을 기다리는 모양인데
하루 종일 배경화면으로 푸른 하늘을 깔고 구름과 시원한 비바람을
실시간으로 서비스해도 파리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질 않는다네요
아무래도 별이나 물소리라도 메뉴판에 더 얹어놔야 할까봅니다
목이 길어 목마른 밤
달덩이 하나 덜렁 거미줄에 걸리자
거미 녀석, 졸다말고 덥석 마른 이빨로 꽉 깨물었네요, 정신없이
엄마 젖 빨듯 빨았대네요
저런, 하루하루 쭈그러드는 달이 안쓰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