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유월 기집애 /나태주

종이연 2024. 6. 14. 21:10

유월 기집애

 

나태주

 

너는 지금쯤 어느 골목

어느 낯선 지붕 밑에 서서 울고 있느냐

세상은 또다시 유월이 와서

감꽃이 피고 쥐똥나무 흰꽃이 일어

벌을 꼬이는데

감나무 새 잎새에 유월 비단햇빛이 흐르고

길섶의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은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나는데

너는 지금쯤 어느 하늘

어느 강물을 혼자 건너가며 울고 있느냐

내가 조금만 더 잘해주었던들

너는 그리 쉬이 내곁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 더 나누어주었던들

너는 내 곁에서 더 오래 숨쉬고 있었을 텐데

온다간다 말도 없이 떠나간 아이야

울면서 울면서 쑥굴헝의 고개 고개를

넘어만 가고 있는 쪼꼬만 이 유월 기집애야

돌아오려무나 돌아오려무나

감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쥐똥나무 흰꽃이 다 지기 전에

돌아오려무나

돌아와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 옆에서

우리도 양달개비 파란꽃 되어

두 손을 마주잡자꾸나

다시는 나뉘어지지 말자꾸나.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월이 오면 /도종환  (1) 2024.06.16
6월에 쓰는 편지 / 허후남  (0) 2024.06.15
유월에 / 나태주  (1) 2024.06.13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 안톤 슈나크  (1) 2024.06.12
6월엔 내가 / 이해인  (0) 2024.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