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해진 늦여름
김재덕
삶이 질퍽거린다고 울상이던 낯짝이 누렇게 떠서인지 고개를 못 드는 벼 이삭은 겨우 울보 매미를 배웅했건만 가을의 노래밖에 할 줄 모른다는 귀뚜라미 마중하려니 코로나에 지친 허수아비가 눈에 밟힌다
곧 참새가 떼 지을 것을 안 농부의 고래고래도 귀청 따가울 건데 가뜩이나 힘겨운 허수아비의 누더기까지 찢어지겠다만 어수선한 세상이라도 할 일들 해야겠지..
어라, 마른하늘 날벼락 친다. 산모롱이에선 아들딸 낳는 밤송이 산통에 고슴도치 될 청개구리 어쩌라고 호랑이 장가가는 걸까 휘둥그레 비구름 뚫은 해님이 을씨년스러운 오늘따라 옛사랑 만나듯 반가워도 짓궂을 햇살 때문에 육수를 꽤 흘리겠다
그나저나, 늦여름이 농익는데도 아직 시뻘겋게 달아오르지 않은 고추잠자리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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