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가을 하늘 / 박재삼

종이연 2024. 10. 31. 20:29

가을 하늘 

 

박재삼

온 산천이 푸르른 녹음만으로 덮쳐
그것이 오직 숨차기만 하더니,
바람도 그 근처에 와서
헉헉거리기만 하더니,
이제는 그 짓도 지쳤는지
울긋불긋
노란 빛으로
혹은 붉은 빛으로
부지런히 수를 놓고 있고,
거기 따라
바람도 상당히 기가 죽어
달래기만을 연출하고 있구나.

해마다 겪는 이 노릇을
완전히 파악하기는커녕
우리도 어느새 단풍이 들어
땅에 묻힐 일만이 빤히 보이는
아, 가을 하늘이 끝간대 없이
높게 높게
결국 아득하게 개였네.

'좋은 시 느낌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은 /신성호  (1) 2024.11.02
11월 / 최의상  (0) 2024.11.01
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 / 박재삼  (0) 2024.10.30
불타는 단풍 / 김소엽  (1) 2024.10.29
가을의 노래 / 유자효  (1) 202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