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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 박진성

노숙           박진성  십일월 은행잎에 누웠다새벽 고요 부서지는 소리응급실보다 환했다아스팔트 뒤덮은 잎맥들은 어느 나라로 가는 길인가등짝에 달라붙은 냉기를 덥히느라 잎들은분주하다 갈 곳 없는 내력들처럼잎잎이 뒤엉킨 은행잎 사원에서 한참을 잤다사랑할 수 없다면 마지막 길도 끊어버리겠다은행잎 한 잎, 바스라져 눈가에 떨고 있었다

오늘(2024,10,24)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루카 12,49) 주님!당신은 제게 사랑의 불을 지르십니다.제 속의 어둠을 태워 새로운 살이 돋게 하시고, 이기심을 태우고 자비가 돋게 하소서.무관심을 태우고 사랑이 돋게 하시고, 사랑의 분열을 일으키소서.제 살을 가르고 어둠을 몰아내시고,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고 정의와 불의를 가려내소서.제 안에서도 이 세상에서도 당신 영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10.24

10월의 사흘 / 이선이

10월의 사흘                             이선이                             겸허한 새벽이 너에게로부터 왔다                            마당의 감나무 첫잎이 질 무렵                            수많은 잎사귀들이 죽음에 무심한 동안                            삶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생에 무엇이 올 것인지                            혹은 무엇이 오지 않을 것인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

오늘(2024,10,23)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루카 12,42) 주님!먼저 당신의 나라와 의로움을 찾게 하소서!저는 주인이 아니라 당신께 속해 있는 자인 까닭입니다.하오니, 무엇을 하든 제 방식이 아니라 당신의 방식을 따르고, 제 뜻이 아니라 당신의 뜻을 따르는 충실하고 슬기로운 관리인이 되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10.23

시월의 사유 /이기철

시월의 사유 이기철 텅 빈 자리가 그리워 낙엽들은 쏟아져 내린다극한을 견디려면 나무들은 제 껍질을 튼튼히 쌓아야 한다저마다 최후의 생을 간직하고 싶어 나뭇잎들은흙을 향하여 떨어진다 나는 천천히 걸으면서 나무들이 가장 그리워했던 부분을 기억하려고 나무를 만진다차가움에서 따스함으로 다가오는 나무들모든 감각들은 너무 향기 쪽으로 기울어 있다엽록일까 물관일까, 향기를 버리지 않으면 나무들은 삭풍을 이기지 못한다어두워야 읽히는 가을의 문장들, 그 상형문자들은 난해하다더러 덜컹거리는 문짝들도 제자리에 머물며 더 깊은 가을의 심방을 기다린다나뭇잎들, 저렇게 생을 마구 내버릴 수 있다니, 그러니까 너희에게도 생은 무거운 것이었구나나는 면사무소 정문으로 한 노인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사람이 나뭇잎보다 더..

오늘(2024,10,21)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루카 12,15)​주님!탐욕의 온상지인 제 자신을 경계하게 하소서.제 곳간이 아니라 당신 곳간에 희망을 두게 하소서!제 곳간이 비워지고 당신 곳간이 채워지게 하소서.제 뜻이 비워지고 당신 뜻의 거룩함을 이루소서.주님, 당신 안에서 자족하는 법을 배우게 하시고, 있는 그대로에 감사하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10.21

시월 / 황동규

시월                         황동규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 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

오늘(2024,10,20)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20) 주님!가르치기에 앞서 먼저 가르침을 배워 익히고 지키는 자 되게 하소서!당신께 뿌리박고 살아가게 하소서!무엇을 하더라도 당신과 함께 하고, 어디에 있더라도 당신께 눈을 떼지 않는, 당신께 속한 자 되게 하소서!당신의 숨결이 되어 당신의 생명이 드러나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