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사유 /이기철
시월의 사유 이기철 텅 빈 자리가 그리워 낙엽들은 쏟아져 내린다극한을 견디려면 나무들은 제 껍질을 튼튼히 쌓아야 한다저마다 최후의 생을 간직하고 싶어 나뭇잎들은흙을 향하여 떨어진다 나는 천천히 걸으면서 나무들이 가장 그리워했던 부분을 기억하려고 나무를 만진다차가움에서 따스함으로 다가오는 나무들모든 감각들은 너무 향기 쪽으로 기울어 있다엽록일까 물관일까, 향기를 버리지 않으면 나무들은 삭풍을 이기지 못한다어두워야 읽히는 가을의 문장들, 그 상형문자들은 난해하다더러 덜컹거리는 문짝들도 제자리에 머물며 더 깊은 가을의 심방을 기다린다나뭇잎들, 저렇게 생을 마구 내버릴 수 있다니, 그러니까 너희에게도 생은 무거운 것이었구나나는 면사무소 정문으로 한 노인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사람이 나뭇잎보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