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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 도서관 / 최준

밀림 도서관  최준  추장이 죽었다 9월새들의 비망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먹구름을 끌고마지막 벌크선이 사라진 행간으로 비가 내렸다눈 먼 나무들이 나이테를 배회하는 동안추장의 빈소, 도서관 가는 길은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아서 지워져 버렸나천둥과 번개의 두근거림만으로도슬픔은 한이 없었다너무 긴 우기였다고, 헐거워진 창틀마다이마에 화살 맞은 원숭이들이바나나 잎 가면을 쓰고 앉아 책장을 넘겼다문 잠긴 장서고는 꼬리처럼 어두웠다반년에 걸친 추장의 장례식이 끝난 건 새들의 비망록 속 비밀지도가 날개를 잃고멍청한 얼굴로 도보여행을 시작한 3월이었다도서관을 리모델링하려는공공연한 도벌이 다시 시작되었지만추장의 죽음은 발설되어서는 안 될영원한 비밀결코 회자되지 못할 새들의 비망록도추장이 죽었다,로끝나버리고

고등어 산다 / 나태주

고등어 산다  나태주  맨드라미 피어서 붉은9월도 초순의 저녁 무렵제민천 따라서 자전거 타고하루도 저물어 집에 가다간고등어 안동 간고등어네 손에 만 원 외치는 소리자전거 내려서 고등어 산다 집에 가지고 가보았자먹을 입도 없는데 뭘이런 거 사 왔느냐 집사람핀잔하고 외면할지 몰라도어려서 외할머니 밥상에서수저에 얹어 주시던 고등어문득 생각나서 고등어 산다

오늘(2024,9,27)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셨다가~”(루카 9,22) 주님!오늘도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반드시 걸어야 하는 길을 갑니다.당신께서 ‘반드시’ 걸어야 했던 길이기에 당신을 따르는 이도 ‘반드시’ 걸어야 하는 길입니다.한두 번 겪고 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많은 고난을 죽을 때까지 겪는 일입니다.어쩔 수 없어 마지못해서가 아니라 흔연히 끌어안고 겪는 일입니다.그러니 배척받으면서도 배척하지 않으렵니다.죽어 사라지기까지 사랑하렵니다.당신과 함께 그러하게 하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09.27

9월의 시 / 조병화

9월의 시   조병화                          인간은 누구나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그리하여 그 가벼운만큼 가벼이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기억을 주는 사람아기억을 주는 사람아여름으로 긴 생명을이어주는 사람아바람결처럼 물결처럼여름을 감도는 사람아세상사 떠나는 거비치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오늘(2024,9,26)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소문에 들리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루카 9,9)​주님!당신은 제가 당신을 찾기도 전부터 저를 찾으시는 분.그토록 저를 쫄쫄 따라다니시니 저의 추종자입니다.제가 당신을 믿지 못해도 저를 믿으시는 분.그토록 저를 믿으시니 저의 신자입니다.어떤 처지에서도 제 곁에 있어주시는 분.그토록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아픔을 먼저 보시니 당신은 저의 벗입니다.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못해도 저를 사랑하시는 분.그토록 저를 사랑하시니 저의 연인입니다.말하기도 전에 저의 마음을 아시는 분.그토록 훤히 저를 아시니 당신은 저의 스승이십니다.끝까지 저를 놓지 않으시는 분.그토록 저를 소중히 여기시니 당신은 저의 아버지이십니다.하오니, 주님!저는 당신의 사랑받는 새끼입니다.결코 떨어질 수 없는 당신의 소중한 존재, 당신의 것,..

기도 하나 ~ 2024.09.26

9월의 시/이해인

9월의 시 이해인   저 찬란한 태양마음의 문을 열어 온 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어두운 마음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 길을 거닐고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 보며자유롭게 비상하는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꿈을 쓰고꿈을 노래하고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떠나게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오늘(2024,9,25)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루카 9,3) 주님!길을 떠나면서 그 어느 것도 가지고 가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가져야 할 것을 이미 가졌기 때문입니다.말씀이신 당신과 당신의 권한을 지녔기 때문입니다.저의 능력으로 당신의 권한을 가로막지 않게 하소서.저의 말이 당신의 말씀을 덮지 않게 하소서.저의 약함 안에서 당신의 선하신 뜻을 이루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09.25

9월 /이기철

9월 이기철 무언가 하나만은 남겨놓고 가고 싶어서구월이 자꾸 머뭇거린다꿈을 접은 꽃들 사이에서나비들이 돌아갈 길을 잃고 방황한다화사했던 꿈을 어디다 벗어놓을까꽃들이 제 이름을 빌려 흙에 서명한다아픈 꿈은 얼마나 긴지그 꿈 얼마나 여리고 아픈지아직도 비단벌레 한 마리풀잎 위에 영문 모르고 잠들어 있다나뭇잎이 손가락을 펴벌레의 잠을 덮어주고 있다잘못 온 게 아닌가작은 바람이 생각에 잠긴다급할 것 없다고, 서두르지 말라고올해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바람에 씻긴 돌들이 깨끗해진다여름이 재어지지 않는 큰 팔을 내리고옷이 추울까 봐 나뭇잎을 모아제 발등을 덮는다

오늘(2024,9,24)의 말씀에서 샘솟은 기도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루카 8,21)​주님!저희가 당신으로 하여 모였고 당신으로 하여 함께 살아오니, 늘 당신 집 안에 함께 있게 하소서!함께 있되, 당신 말씀을 귀 기울여 듣게 하소서!귀 기울여 듣되, 순명하여 실행하게 하소서!오늘도 저를 약하고 가난하게 하시어, 당신 뜻을 이루소서.아멘. -이영근 신부

기도 하나 ~ 2024.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