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소년에게

종이연 2007. 9. 28. 21:03
소년에게

언제나 너를 그리는 내 기억의 푸른 숲에는 한 그루 미류나무가 서 있었다.
가슴으로 잎을 피우며 바람에 키 크는 정다운 나무,
하늘 향해 겁없이 서 있는 그 늠름한 의지를 나는 사랑한다.
너를 그리는 내 기억의 푸른 바다 위엔 희망의 배 한 척이 떠 있다. 거센 파도에 표류해도 부서지지 않는 견고한 한 척의 배, 끊임없이 전진하는 그 당당한 항해를 나는 사랑한다.
너를 생각하는 내 기억의 푸른 집에는 사색의 언어가 살아 뛰는 아담한 서가가 있다. 네가 길들여 놓은 책상이 있다. 위대한 사상과 심오한 철학과 아름다운 예술과 네가 만나는 자리.
진리에 대한 갈망과 정의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애정, 젊음이 주는 기쁨과 그 고뇌의 향유를 나는 사랑한다.
때로는 잠을 설치며 햄릿이 되어 보고, 로미오가 되어 보기도 하는 너를 이해하고, 시시로 가슴에 돋아나는 그 불안과 회의를,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싸우는 네 씩씩한 투사 정신을 나는 사랑한다.
네가 어른이 되어도 소년 때의 꿈과 이상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 주었으면, 너는 항상 나무처럼 곧고, 바다처럼 푸르게 살아 주었으면 좋겠다. 너를 그리는 내 기억의 하늘 위에 지금은 노을이 타고있다. 하얀 새 한 마리 날고 있다.

- 이 해 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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