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의 데생 /이규봉
계절이 비스듬히 기울어져있다
마른 수초가 듬성듬성한 마른 연못엔
시월이 동전처럼 가라앉아 있고
십일월이 둥둥 떠 있다
분수는 분수도 모른 채 춤을 추고
비단잉어가 물 위에 떠 있는
십일월의 노란 잎사귀를 물어뜯는다
제 어미의 죽음이
새 어미의 플러그와 아무 접속이 없는데도
비단잉어는 가시 지느러미를 곧추세운다
그녀는 문장 끝 물음표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지평보다 낮은 곳을 향하여
담담히 제 빛깔로 걸어가고 있다
붉은 단풍이 초록 잎에 눈길 주지 않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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