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겨울잠
김영천
잠시 숨을 멈추고
죽는 연습을 하는 것이네
새로이 푸르러지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도
또 한 해 만큼의 목숨을 절제하는 것이네
아니, 연습이 아니고
그 몇 달 동안은 실제로 죽은 것이네
성장점을 멈추고
모든 이동로를 차단하였거든
사실은 그렇게 잠시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지
숨을 멈추어 나를 죽인 후
내 밖의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죽어야 살아나는
그 겸손으로
보라, 이 찬란한 정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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