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최명진
모처럼 함박눈이 내렸다
아래층 노점천막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
길을 지나간 구두 굽들의 높이만큼
쓸린 눈 무더기가
외눈가로등 밑에 수북이 쌓였다
창밖은 내내 시시하고
늦게 잦아든 겨울 속으로
꽃처럼 성에가 핀다
더딘 구름 속
찬 햇살이 얼핏 고개를 민다
새벽일을 마치고 온 엄마는 늦은 잠을 잔다
산토끼처럼
발자국처럼
듬성듬성
길은 조용하다
이 도시에서 자란 옆집아이처럼
긴 겨울이 시작됐다
1월의 달력은 두껍고
아직 눈을 털지 못한 녹슨 그네가
빈 놀이터에 나란히 매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