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느낌하나

육십오년의 새해 / 김수영

종이연 2024. 1. 22. 20:38

육십오년의 새해 / 김수영


그때 너는 한 살이었다
그때 너는 한 살이었다
그때도 너는 기적(奇蹟)이었다

그때 너는 여섯 살이었다
그때 너는 여섯 살이었다
그때도 너는 기적(奇蹟)이었다

그때 너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때 너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때도 너는 기적이었다
너의 의지(意志)는 싹트기 시작했다
너의 의지(意志)는
학교 안에서 배운 모든것이
학교 밖에서 본 모든 것이
반드시 정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너의 어린 의사(意思)를 발표할 줄 알았다
우리는 너를 보고 깜짝놀랐다

그때 너는 열일곱살이었다
그때 너는 열일곱살이었다
그때도 너는 기적이었다
너의 근육(筋肉)은 굳어지기 시작했다
너의 근육(筋肉)은
학교 밖에서 얻어맞은 모든 것이
골목길에서 얻어맞은 모든 것이
반드시 정말이 아니란 것을 알았고
너의 어린 행동(行動)은
어린 상징(象徵)을 면하기 시작했다
너는 이제 우리 키만큼 되었다
우리는 너를 보고 깜짝 놀랐다

너는 이제 열아홉 살이었다
너는 이제 열아홉 살이었다
너는 여전히 기적이었다
너의 회의(懷疑)는 굳어가기 시작했다
너의 회의(懷疑)는
나라 안에서 당한 모든 것이
나라 밖에서 당한 모든 것이
반드시 정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너의 어린 포부(抱負)는
불가능(不可能)의 한계를 두드려보기 시작했다
너는 이제 우리 키보다 더 커졌다
우리는 너를 보고 깜짝 놀랐다

너는 이제 스무 살이다
너는 이제 스무 살이다
너는 여전히 기적일 것이다
너의 사랑은 익어가기 시작한다
너의 사랑은
삼팔선(三八線) 안에서 받은 모든 굴욕이
삼팔선(三八線) 밖에서 받은 모든 굴욕이
전혀 정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너는 너의 힘을 다해서 답쌔버릴 것이다
너의 가난을 눈에 보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가난을
이 엄청난 어려움을 고통을
이 몸을 찢는 부자유(不自由)를 부자유(不自由)를 나날을……
너는 이제 우리의 고통보다도 더 커졌다
우리는 너를 보고 깜짝 놀란다

아니 네가 우리를 보고 깜짝 놀란다
네가 우리를 보고 깜짝 놀란다
육오(六五) 년의 새 얼굴을 보고
육오(六五) 년의 새해를 보고